[스크랩] [제219호] 신발 분실시 절대 책임 못진다
신발 분실시 절대 책임 못진다.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밥 먹으러 갈 때마다 보게 되는 식당에 걸린 문구다. 겁이 난다. 내가 신고온 새 구두 잃어버렸을 때 그럼 어떡해.
생각 외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진다. 개인적으로 장모님 칠순 잔치를 식당에서 하고 나서 큰 처남 새 구두가 없어져서 기분을 망친 적이 있다. 한바탕 식당 주인과 싸우고, 결국 식당 슬리퍼를 신고 집에 와야 했다. ‘새 구두 신고 가는 손님’을 원망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디 그런가. 술 먹고 한 짓은 다 용서가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 아닌가. 자연히 손님과 식당주인의 싸움만 남을 뿐이다.
최근 주부클럽 전주, 전북지부는 "식당에서 신발을 잃어버린 손님이 식당 주인과 책임을 따질 경우 ‘신발분실 손님책임’ 등의 경고문은 사업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일방적 경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하였고, "작년 10월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에 신발분실 관련내용이 추가돼 배상기준도 비교적 뚜렷해졌다"며 "식당이 손해배상을 거부하더라도 소비자 단체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소비자의 권리를 찾길 바란다"며 당부하였다.
그 배상받을 수 있는 근거는 상법에 있다. 상법 제15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52조 (공중접객업자의 책임)
① 공중접객업자는
객으로부터 임치를 받은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하여 불가항력으로 인함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②
공중접객업자는 객으로부터 임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시설 내에 휴대한 물건이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의 과실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③ 객의 휴대물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제시한 때에도 공중접객업자는 전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즉, 식당주인의 경고문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남는 것은 다른 법적 분쟁과 마찬가지로 증명의 문제다. 새 구두를 신고 갔다는 것과 구두 값이 얼마라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분명 식당 주인이 이것을 가지고 걸고 넘어질 것이다. 내가 언제 본 적 있냐고 하면서.
일단 구두(口頭)로 새 구두 문제를 해결해보고(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설득조, 협박조 등등) 그렇지 않으면 결국 분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법원에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다.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자연히 소비자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인터넷 시대에는 편리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http://www.cpb.or.kr)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논의를 조금 더 진전하여 그럼 <소비자피해보상기준>(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상에 ‘소비자피해보상기준’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나, 이것은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재정경제부 고시 제2005-21호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이 정확한 표현이다)을 직접 적용하면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까 계산을 한 번 해보기로 하자.
예전에는 소비자피해보상기준에 ‘구두’ 항목이 없었다. 그러다가 앞에서도 나왔듯이 2005년 10월 1일자로 위 고시가 개정되면서 구두도 포함되었다. 도표로 되어 있는데, 도표를 풀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항목은 ‘신발’로 나와 있으며, ‘봉제불량, 접착불량, 염색불량, 부자재불량’은 먼저 무상수리, 그렇지 않으면 교환 또는 환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치수(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 및 색상불만’은 구입후 7일 이내로 미착용시 교환 또는 환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대신 ‘소비자 과실 및 부주의로 인한 하자’와 ‘장기 착화 제품’(오래 신은 신발)은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교환 및 환급기준’은 ‘품질보증기간 이내 제품은 구입가 기준, 품질보증기간 경과제품은 감가함(세탁업 배상비율 참조)’이다.
일반적으로 신발의 경우 품질보증기간을 ‘6개월’로 두고 있다. 이제 보아야 하는 것이 세탁업 배상비율이다. 세탁업 소비자피해보상기준상 신발류의 내용연수는 ‘가죽류 및 특수소재’인 경우에는 2년, ‘일반신발류’는 1년으로 두고 있다. 배상액을 산정하는데 이 내용연수가 필요하다.
일단 배상액은 ‘구입가격(품질보증기간내라고 보자) x 배상비율’이다. 이제 배상비율을 정해야 하는데, 배상비율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환산경과일수’와 ‘실제경과일수’라는 걸 알아야 한다. ‘환산경과일수’라 함은 실제경과일수를 내용연수 1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실제경과일수’는 구입일로부터 문제가 야기된 날(세탁 관련의 경우라면 세탁물을 맡긴 시점)까지의 경과일수를 말한다. 구두로 계산을 해보자. 일단 가죽류니까 내용연수는 2년이다. 30일간 신었다고 해보자. 환산경과일수 = 30일(실제경과일수)/2(내용연수) = 15일이 된다.
이젠 배상비율표가 필요하다. 배상비율표는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나뉘는데, 환산경과일수와 배상비율은 다음과 같다(괄호안의 %가 배상비율이다).
1단계 : 0 ~ 15일 미만(95%)
2단계 : 15
~ 45일 미만(85%)
3단계 : 45 ~ 90일 미만(70%)
4단계 : 90 ~ 135일 미만(60%)
5단계 : 135
~ 180일 미만(50%)
6단계 : 180 ~ 225일 미만(45%)
7단계 : 225 ~ 270일 미만(40%)
8단계 :
270 ~ 315일 미만(35%)
9단계 : 315 ~ 360일 미만(30%)
10단계 : 360일
이상(20%)
만약 구두가 10만원짜리라고 하고, 위에서 계산한 것처럼 30일을 신었다고 한다면, 10만원 x 85%(환산경과일수 15일에 대한 배상비율) = 8만 5천원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를 배상받을 수 있는지 계산이 될 것이다. 남는 것은 증빙뿐이다. 비싼 구두를 사게 되면 꼭 ‘영수증’을 보관하도록 하여야겠다. 그런 기분 나쁜 일이 없어야겠지만, 새 구두를 식당에서 잊어버리고 보상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쉬운 것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자주 찾는
상담정보>에 ‘식당에서 분실된 구두 보상 요구’ 사례가 홈페이지 전면에 나와 있는데, 2002년도 사례여서 현재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헷갈리니까 자주 찾는 상담정보에서 제발 제외시켜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