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유아원·미장원 등 복지시설에 정년·비정규직 없어...
34년간 적자 안내…회사-직원 믿음이 고객만족 이어져...
숲 속에 자리잡은 SAS는 마치 잘 꾸며진 대학 캠퍼스를 보는 듯하다.
궁금했다.
2010년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1위로 선정된 ‘쌔스(SAS) 인스티튜트’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직원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어떻게 회사는 날로 발전할 수 있는지….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세스는 1976년 설립된 이래 34년간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매년 평균 15% 정도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3억1000만달러였다. 부채 또한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쌔스는 이보다 정년, 정리해고, 야근,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 최고의 사원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로 더 유명하다.
복지가 잘된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영장, 휘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 외에도 병원, 프리스쿨(유아원), 상담센터, 세탁소, 미장원 등 다양한 시설이 회사 울타리 안에 다 들어있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위치한 쌔스 본사는 고즈넉한 대학 캠퍼스 같았다.
회사는 실제로 ‘쌔스 캠퍼스’로 불린다. 300에이커(36만평)의 부지에 25개의 건물이 숲속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솟아있었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매끈하게 정돈된 녹색 잔디와 깔끔한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정원사까지 모두 정규직을 쓰면 이렇게 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짐 굿나이트(66) 회장은 노타이 차림에 느릿느릿한 말투 때문에 옆집 아저씨같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경영철학은 분명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짐 굿나이트 SAS 회장이 진기한 돌들로 가득찬 회의실에서 돌 하나를 들고 포즈를 취해준다.
1시간 가량의 인터뷰 뒤, 직원들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학 졸업 뒤 18년간 이 회사만 다녔다”,
“두 번 해고당하고, 여기가 3번째”라는 등 사연은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여기가 마지막 직장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식사 뒤, 자동차를 타고 회사를 둘러봤다. 4명의 의사, 40여명의 간호사가 있는 사내병원은 직원과 가족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을 합하면 이 병원에만 56명의 직원이 있다.
임신 테스트, 알레르기 주사,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수영장, 에어로빅, 요가, 농구, 라켓볼, 테니스장, 마사지샵 등이 몰려있는 레크레이션 센터에는 점심을 먹은 직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곳마다 1~2명의 강사가 있었고, 이들은 모두 쌔스 정규직원이다. 센터 옆 미장원에서 머리를 맡긴 사람, 머리를 손질하는 사람 모두 쌔스 직원이다.
미취학 아동이 다니는 프리스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영돼 직원들이 아이와 함께 출근하고 함께 퇴근한다. 점심시간에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한다. 외부 프리스쿨 한 달 비용이 1500달러인데, 이곳은 410달러다. 4명의 아들을 키우며 8년째 쌔스에 근무중인 데지리 애드킨스(39)는 위로 3명이 이 프리스쿨을 거쳤고, 막내가 지금 다니고 있다.
그는 “사내 프리스쿨이 없었다면, 돈도 돈이지만, 나는 아이들 돌보느라 회사를 다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리스쿨에는 작은 역사가 있다. 지난 81년 쌔스 초창기, 유능한 여직원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이들 양육 때문이었다. 회사는 그때 프리스쿨을 만들었고, 6명의 아이로 시작했다. 지금은 600명이 넘는다. 그리고 50이 넘은 그 여직원은 지금도 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한겨레>, 201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