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한 날에는 당신에게 갑니다.
새벽 초생달이 밤하늘의 별빛과 함께
캄캄한 산길을 안내합니다.
끊임없이 나를 부르는 당신의 소리는
어머니의 소리처럼 정답고 따뜻하기만 합니다.
인생의 긴 여행 속에서 한 번이라도 슬퍼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고통과 절망 속에서 한 번이라도 기도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흰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가을 하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바다와 가을바람을 사랑하듯 흰구름을 사랑합니다.
가을이 가까이 다가와서 그런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문득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나의 기도를
대신해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써야 할 때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눈을 감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매일 새롭게 시작하고 새로운 내용의 기도를 할 때마다
당신이 자꾸 보고 싶습니다.
이 가을에는 당신과 함께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당신의 이름을 조용하게 혼자 불러봅니다.
내가 부를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의 응답을 듣습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울 때마다 당신을 찾으면
당신은 내 안에서 부드러운 가슴으로 나를 포옹하십니다.
무엇을 위해 밤낮으로 정신없이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지
당신에게 소리내어 펑펑 울기도 합니다.
한 번 밖에 없는 나의 인생을 위해
잊지 않고 기도해 주시는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감사보다는 불평을 더 많이 하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나의 잘못을 당신이 용서해 주십시오.
누군가를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미움의 쓰레기를
당신이 거두워 주십시오.
용서하고 끊임없이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나에게 주십시오.
날마다 바라보는 나무들에게도
그동안 받은 사랑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 하늘과 바다와 새들에게
이제는 그대들이 진짜 나의 시가 되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오늘은 남은 생애의 마지막 첫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루의 삶에 마침표를 찍어 당신에게 봉헌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나의 인생을 다 바쳐도 너무나 시간이 부족합니다.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기도할 시간도 너무 짧습니다.
날마다 쓰는 일기장에는
용서, 사랑, 성실, 기도, 평화라는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살아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임종을 앞두고 애절한 참회와 감사의 말들을 눈물 속에서
표현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생각나는 가을 아침입니다.
수백 번 입으로 외우는 기도보다 마음을 바꾸어
한 번 더 크게 사랑하고,
한 번 더 크게 용서하는 사람이 되도록
당신이여, 나를 도와주십시오.
나도 당신을 따라서
가을에는 용서와 마음의 평화를 실천하겠습니다.
미움보다는 사랑을, 복수보다는
용서하는 가을의 아름다운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늘도 당신의 사랑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