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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마음

잔잔한 시냇가 2008. 4. 25. 22:08
 
      배경음악 : 문효진 - 영혼은바람이되어
  아들의 마음  
 

결혼 8년 동안 자식이 없었던 저는
정말로 서러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저한테 문제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시는
시어머님과 시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혼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못 배웠으면 애라도 잘 낳아야지.
다들 잘만 낳는 애 하나도 못 낳고..."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퍼 붓고
방으로 들어가실 때는
죽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결혼 8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아들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3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님은 틈만 나시면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네가 못 배워서 애나 제대로 가르치겠냐?
이만큼 먹고 살았으면 넌 호강 한 거니깐
한 재산 띄어 줄 테니 이혼해라.
애는 우리가 알아서 키울 테니"

저는 가슴이 찢어지고 아리고 아파서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그 흔한 결혼사진 한 장
집에 걸려 있지 않습니다.
아들 돌때 찍은 사진도
시댁 부모님과 시누이, 신랑, 아이만 있고
저만 쏙 빠져 있는 사진을 달아 놓으셨습니다.

아이 엄마는 전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두 살 때는 옆에서 제가 안고 찍었는데
전 머리, 다리 자르고 아이만 찍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시누이가 애인을 사귀었는데
한 달도 안돼서 둘이 찍은 사진을
집안에 걸어 놓으셨습니다.

시누이는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
남자친구는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
둘 다 석사 따고 박사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시아버님은 박사 학위를
두 개나 딴 컴퓨터 프로그래머.
제 신랑도 경영 석사 딴 똑똑이(...)
그런데 전 중학교 밖에 안 나왔습니다.
어딜 보나 참 말도 안 되는 결혼이었지만
신랑의 고집으로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젠 11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우리 아들도 3살이 되었습니다.

저번 주 토요일 날 식구들이 다 모인
저녁시간에 뜬금없이 세 살 난 아들이
질문이 있다고 밥 먹다 말고 일어섰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아빠를
쭉 훑고 나서 하는 말

"여러분 모두 저 사랑하세요?"
어른들은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해 하고 있는데,
"그럼 저 분 우리 엄만데
저하고 똑같이 사랑해 주세요.
집안에 엄마 사진 한 장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보면 저 엄마 없는 아이라고 할 거에요."

아들의 한마디에 제 눈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나머지 가족들에겐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엄마 (새벽편지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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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마음 깊은 한마디가
엄마뿐 아니라 저희들도 울리는군요.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 같은 지원군이 있으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겠죠.^^

저희 200만 새벽편지 가족님들도
엄마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시길 바랍니다.





- 세상은 이래서 살만한 것입니다. -

 

 

 

- 사랑밭새벽편지에서 옮긴 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