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선 자아
이런 유머가 있다.
10대가 화장하면 ‘꽃단장’, 20대가 화장하면 ‘치장’, 30대가 화장하면 말 그대로 ‘화장’,
40대가 화장하면 ‘분장’, 50대가 화장하면 ‘변장’, 60대가 화장하면 ‘환장’.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에서 이 유머를 대하면 그저 썰렁한 느낌이 앞선다.
늙은이의 화장은 봐줄 수 없는 ‘환장’이라면, 이것은 유머가 아니라 인신공격이다.
화장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벽화에서 발견되는 그림들에는 화장한 여인들과 남자들이 발견된다.
물론 화장은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목적이 기본이지만, 특별한 경우의 화장도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전쟁을 앞두고 적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해서 무섭게 보이는 화장을 했다.
서커스단의 어릿광대 피에로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한다.
현대에도 야간전투에 나가는 병사들은 얼굴의 인광을 막기 위해 얼굴에 시커먼 위장크림을 바른다.
화장의 목적은 이처럼 경우에 따라 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본래의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든, 상대에서 공포심을 주기 위해서든,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든, 화장은 공통적으로 본래의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외모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이 사실(?)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과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성형수술과 다이어트의 범람,
요즘 유행어로는 ‘몸짱’, ‘얼짱’ 신드롬이다.
사회 분위기가 외모 지상주의로 흐를수록 상대적으로 내면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하지만 화장의 중요한 특징이 또 하나있다. 화장은 반드시 지워진다는 것이다.
외모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 백기를 든다.
그래서 우리는 지워지지 않는 화장을 해야 한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도 더 존경받는 모습을 가꾸어 가야 한다.
그것은 결국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위대함은 내면에서부터 나온다.
내면의 힘을 쌓은 사람은 외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긴 안목을 갖고 대응할 줄 안다.
그래서 길게 기억되는 것이다.
요즘 중국은 강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중국?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작은 거인 등소평이다.
그는 15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키에 얼굴도 잘난 구석이 없는 인물이다.
문화대혁명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실용주의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최고 권력자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고 말았다.
전인민대회에서 각본대로 통과해야 할 사항에 등소평은 자신의 소신을 관철하고자 했다.
사회자가 그 법안에 반대하는 자는 일어서라고 했다. 등소평은 벌떡 일어섰다.
사회자는 “등 동무는 워낙 키가 작아 일어서나 앉으나 똑같으니 이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등소평의 신체에 대한 인격적 모멸까지 동반한 것이었다.
그때 등소평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의 책상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등소평은 하방을 당하며 정치적 시련기를 보내야했다.
이 사건은 외모보다 내면이 강한 사람이 큰 일을 성취함을 보여준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장을 할 때면 자신의 내면도 생각해 보자. 자신의 내면은 어떤 모양인가?
어디가 부족한가? 어디를 보고 있는가?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내면의 힘과 아름다움은 어둠 속에서도, 역경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함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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