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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잔잔한 시냇가 2010. 6. 17. 07:36

 

 

 

(신달자)

 

 

여보 비가 와요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 먹이고 싶다

 

 


 

 



 

신달자(愼達子, 1943년~ )은 대한민국시인이다. 경남 거창에서 출생하였다.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2년 《현대문학》에 〈발〉,〈처음 목소리〉가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봉헌문자》,《겨울축제》,《모순의 방》,《아가》, 산문집으로 《백치애인》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으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녀의 삶은 온통 끝없는 고해이고 상처투성이 그것이였다.

열다섯 살 연상의 남편은 정상인으로 9년을 살고 이후의 24년을 앓다가 죽었고

시모의 병수발로 또 9년을 보내야 했으며   다시 자신이 암으로 투병했었다.
삼년 부모 병수발에 효자 없다 는 말이 있는데 얼마나 그 고난이 극심했겠는가...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포기하지 않고 감당해 냈기에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중도에 포기했다면 지금쯤 어디선가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런 고난을 겪으면서도 시인은 우리의 생에서 결혼은 중요한 것이며,

가족이란 말에는 따뜻한 물이 고이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한다.
.
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인내하고 감당하는 방법은 인간이 가진 결핍성을 이해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완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제대로 안 맞는 걸 스스로 용인하고 섞어가면서 사는 게 삶이라고...

 

시인의  <여보 비가와요> 역시 인간의 결핍성을 이해하고 그 상처를 덧내고 어루어서, 종내는 그 고통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바꾸어내는 고통의 수심 깊이에서 살아 가는 시인의 특유의 사랑법을 보여준다.

 

 

 

출처 : 파란하늘 옹달샘
글쓴이 : 파란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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