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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 가시고기 우리 아빠

잔잔한 시냇가 2006. 10. 18. 14:33

 

                    고래불 대교 위에서 본 송천강 하구의 동해바다

                    왼쪽 백사장은 덕천(휘리)해수욕장  오른쪽은 대진해수욕장


    [여고 동아리 홈에서 발췌]
      2001-12-10 오후 5:49 글쓴이 : 휘리아 내 어릴 적 유년 시절엔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봄이면 들길 따라 버들피리 불며 아지랑이를 잡으러 쫓아 다녔고 여름엔 마을 앞 냇가에서 멱감다 재미없으면 바로 옆 파도치는 푸른 바닷가로 달려가 서로의 수영 솜씨를 자랑하곤 했다. 가을이 깊어지면 추수 끝난 온 들판이 개구쟁이들의 운동장이 되었다. 여자아이 인 내가 그땐 왠 전쟁 놀이를 그렇게 했는지 그때의 미소년들을 생각하면 입가엔 작은 미소가 번져옴을 느낀다. 눈 내리는 겨울날엔 강둑에선 아이들의 함박 웃음소리에 마을은 떠나갈 것 같았다. 강둑의 마른 잔디 위에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었을 때 비료 포대기의 썰매타기는 그때의 일등 놀이 기구였다. 그렇게 사계절 속에서 꼬마들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휘리 앞거랑
        바야흐로 때는 서른 하고도 다섯 살의 겨울을 맞이한 길목에 와있다. 그런데 2001년 12월 3일 대구에선 하이얀 첫눈이 내린 것이다. 아, 그 설레임과 떠오르는 포근한 이야기 하나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얼마 전 가을이 소리 없이 깊어질 때 서점에서 하얀 책표지가 예쁜 가시고기란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가시고기가 그 가시고기였다. 유년시절에 마을 앞 강물과 들녘을 이은 도랑에서 잡아 놀던 칭고기였던 것이었다. 뾰족한 바늘처럼 침이 돋아있어 칭고기라 불렀고 어른들은 까시고기라고 했다. 수초가 자란 물풀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그 은회색 물고기가 바로 그토록 부성애가 강한 가시고기 인줄 미쳐 몰랐었다.

        고향 휘리동 뒷거랑

         

        하얀 책 가시고기에는 백혈병에 걸린 열 살 짜리 아들을 살려내기 위해 온몸을 받쳐 간호하는 시인 아빠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그린 이야기였다 아침이슬처럼 영롱하고 맑은 가슴을 가진 다움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뜻이지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 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버려요. 가시고기를 생각하면 아빠가 떠오르고 내 마음속에는 슬픔이 뭉게 구름처럼 피어올라요 아, 가시고기 우리아빠." 그렇게 다움이는 아빠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시고기 시인 아빠는 자신의 하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매일 매일을 세상과 타협하고 화해하고 싶어했다. 그 화해와 타협으로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비굴해도 그렇게 하고 싶어했다. 끝내 가시고기 시인 아빠는 진정한 내리 사랑으로 아이에게 오색 빛 찬란한 무지개를 꿈꿀 수 있는 새 생명을 잉태하게 하고 다움이랑 행복하게 보냈던 외딴 산골에서 첫눈이 내릴 때 가시고기 아빠는 세상의 저 편으로 떠나갔다. "사람은 말이야...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그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덕천(휘리) 해수욕장 가는 길목의 다리
        책을 덮고 한참동안 눈을 뜰 수 가없었다. 슬픔과 기쁨의 눈물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내 어릴 적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거기엔 항상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아버지가 계셨다. 지난 추석 고향집에서 평온함을 보내고 분주히 떠날 채비를 하고있는 나에게 아버지께서 내 이름을 부르셨다. "희야~" "희야~" 아버진 연거푸 다 커서 시집간 딸년의 이름을 아직도 그렇게 부르셨다. 왜냐면 ,왜냐면 난 알고 있었다. 네 남매 다 출가 시켜 고향 찾아 정 나눈 뒤의 그 가고 없는 자리의 허전함이랄까 그 허무함에 대한 아버지의 외로움 때문이 란 걸. 어느 부모가 다 그러듯이 특히 내 아버진 나의 대한 내리 사랑은 그 이상 이였음을 난 느끼고 또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차를 타고 떠나올 때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이얀 함박눈이 내릴 때면 더욱 아버지의 따스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리고 가족 있어 참 행복하고 고마운 일 이란 걸 가시고기를 읽고 새삼 느껴본다. 세상의 서른 다섯 살의 아빠가 한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램이다. 왜냐면, 가시고기 아빠도 서른 다섯 살이었으니까. 아니 누구든지 가시고기를 읽고 진한 감동에 한번쯤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와 자기 성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2001 12 10 솔밭 동네 살던 경희 고래불 해변 Les Juex Interdits 주제곡 / 로망스
         
         
        2005 12 24 블로그에 옮기며
         
        내 보금자리에 따스한 온기로
        가족사랑을 나누며
        기쁨이 충만한
        성탄절 EVE에
      출처 : ♧海堂花 庭園♧
      글쓴이 : 휘리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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