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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한 그루의 꽃을 바라보며~ ♧

잔잔한 시냇가 2008. 9. 12. 12:43

              한 그루의 꽃... 육긍대부(陸亘大夫)가 남천(南泉)화상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육긍이 말했다. '조법사가 천지와 나는 한 뿌리고, 만물과 나는 한 몸이다' 했는데, 정말 대단하지요! 남천은 뜰 앞의 꽃을 가리키며 ' 대부 !' 하고 부르고는 말했다. '세상사람들은 이 한 그루의 꽃을 꿈결인양 바라보지!' 육긍대부 陸亘大夫 여남천어화차 與南泉語話次 육운 陸云 조법사도 肇法師道 천지여아동근 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 萬物與芽一體 야심기괴 也甚奇怪 남천 南泉 지정전화 指庭前花 소대부운 召大夫云 시인 時人 견차일주화 見此一柱花 시몽상사 始夢相

              이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갊에 비로서 짐작이 간다. 문화 속에 유행이 활개치는 것처럼 지식에도 유행이 스며든다는 걸, 어찌 그 뿐인가, 인간의 인식과 판단에도 유행은 숨어있다. 시대상황이 바뀌면 법률도 전혀 상이한 모습으로 뒤바뀔 수 있는 것처럼 냉철한 이성마저 시대인식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말하자면 지상의 온갖 가치판단이란 시대적 관념이 남긴 편견이며, 유행적 사고가 할퀴고 간 상처자국인지 모른다. 그렇다. 인간의 무의식적 습성은 퍽 단정적이어서 판단마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꽃 ! 하고 소리치면 눈을 번쩍 뜨고 향기를 기대하며 코를 벌름거리듯, 똥 ! 하고 소리치면 얼굴을 돌리며 코를 틀어막는 식이다. 두 대상 사이의 차이나 상대적 가치 등에 대해선 외면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해 무관심한 반면, 보여지는 현상에 열광한다. 야스퍼스는 이를 가치전도라고 불렀다. 가치가 전도된 세계에선 진실과 허위과 뒤바뀌거나, 알맹이와 껍질을 착각하기 쉽다. 꿈은 현실이 아니다. 그 두 세계는 흡사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인 경우다. 그래서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는 꽃만 보지 말고, 꽃의 눈물을 보라고 당부 했는지도 모른다. 꽃의 외면을 바라보듯, 진리의 외부인 문맥이나, 말뜻만 �는 것은 결국 꿈과 다를게 없다. 우리의 삶에 보여지는 것에 너무 빠져들지 말고, 늘 내면의 것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경청하고, 꿰뚫어 보는 열린 귀, 심미안도 좀 가질 법하다. 조금 천천히, 느리게, 멀리서 그림을 관찰하듯 우리의 안보이는 것에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여유와 그저 바삐 돌아가는 세상과 조금 떨어져 진리를 추구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나의 의식에 그림자를 조금 돌아보자. 우리가 외적 지향주의로 자꾸 바뀌어 허세와 허영으로 달떠있는 현 세대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고개를 돌려야 하는지... 겸허한 마음으로 한 그루의 꽃을 바라보는 오늘이기를 나에게 바란다........

출처 : 炤爛의 庭苑
글쓴이 : 炤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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