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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부갈등 물렀거라 - 층층시하에서도 갈등 없이 사는 비결

잔잔한 시냇가 2012. 11. 2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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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장학사다.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장학사 시험에 도전하여 3년만에 합격을 했다. 나는 그녀의 합

격 소식을 듣고 내일처럼 크게 기뻐했다. 누구나 비상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 굴복하거나 지지

진하게 무엇인가를 준비하다가 흐지부지 그만두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더우기 결혼한 여성이 꿈에 도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장벽을 거쳐야 하는가. 그녀의 용기가, 굽히지 않는 도전 정신이 참으로 빛난다.

그녀의 성공신화 뒤에 숨어 있는 눈물과 갈등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만 그녀의 환경을 잘 알고 있

로서는 그녀의 도전과 성공에 감복할 뿐이다.

 

그녀에게는 깐깐하신 시부모님과 독신으로 살고 있는 시누이, 남편과 두 딸들이 있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

도 겁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더욱 더 엄두가 안날 것 같은 가족 형태다. 층층시하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이런 현실들을 모두 극복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가. 남편이 팔 걷어 부치고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줄 리

도 만무하니. 나는 그녀를 만날 때면 고생한다,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얼마나 힘드냐, 며 위로했고 시어머

니를 만날 때면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세요, 직장 다니며 공부하는 며느리 뒷바라지 하느라 얼마나 힘드세요,

라며 위로했다.

 

첫 시험에서 밀리고 두 번째 시험, 세 번째 시험에서도 밀리고... 떨어질 때마다 그녀는 잠시 의기소침해졌지

만 그렇다고 장학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시 시작해야지, 힘들지만 또 해봐야지, 이런 식

었다. 어머니 또한 며느리의 낙방을 가슴 아파하면서도 금방 툴툴 털어 내셨다. 어머니 힘드시죠, 라고 물

으면 '지가 힘들지 뭐. 다시 해야지. 지금까지 공부한 게 아깝잖아.'라며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누가봐도 깐깐한 어른인데 며느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면 저러실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합격을 하고 공동체에서 그녀를 위한 축하파티를 열어줬다. 그 자리에서 그녀가 몇 년씩이나 살림을 뒷전으

로 두고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층층시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을 일

찌감치 터득했다. 그녀는 어떤 일이든 간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쁜 일은 가능한한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

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라며 훌훌 털어내고 길게 끌탕하지 않는 것이다.

 

시어머니와 갈등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것도 그녀만의 비법이 있었다. 어머니께 카드 한 장을 따로 만들어

려 어머니가 돈 쓰는 일로 며느리 눈치를 보거나 돈 때문에 불편하게 하질 않았다. 주로 어머니가 아이들

키웠고 살림 또한 거의 전담할 수 밖에 없는데 한 달 생활비라며 몇 십만 원 내놓고 아껴써라 어째라 하는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아예 전용 카드를 드린 것이다. 카드를 손에 쥐었다고 아들 며느리가 힘들번 돈

헤프게 쓰실 리 있겠는가.  

 

그 뿐이 아니다. 어머니가 무슨 일로 심기가 불편하실 것 같으면 일일이 따지거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았다.

어머니, 죄송해요. 어머니 제가 더 노력할게요, 라며 넘기거나 꼭 해야 할 말이 있더라도 웃으며 어머니 마음

상하지 않으실 만큼만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새기지 않아도 명민하신 시어머니는 다 알아 들으셨다. 그녀의

얼굴은 항상 해바라기처럼 환하다. 아무리 봐도 시부모와 시누이까지 함께 사는 사람 같지 않게 편안한 모

이다. 그 밝은 얼굴로 늘 어머니, 어머니, 하니 어떤 시어머니가 예뻐하지 않겠는가. 

 

고부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면 가족들 간에도 수시로 갈등이 생길 텐데 고부간에 큰 문제가 없으니 그 많

구가 한 집에 살면서도 놀라울 만큼 화평하다. 크게 가사에 손을 보태지 않는 남편이지만 있는 그대로 서로

인정하니 부부관계도 원만하다. 부모님 앞이라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투닥투닥 싸울 수

으니 서로 타협하고 양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부모님 모시고 사는 이들만의 특혜가

닐까 싶다. 이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화목한 가정 분위기 덕분인지 사춘기넘기

는 동안도 크게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었으니 이보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라.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지 말아라. 쫀쫀하면 안 된다. 일부러라도 웃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녀에게서 배우는 시집살이 잘하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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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남없이
글쓴이 : 굄돌 원글보기
메모 : 고부갈등 해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