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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낙 엽 / 레미 드 구르몽

잔잔한 시냇가 2006. 12. 2. 06:35

Roger Williams/Autumn Leaves

낙 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속삭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오라.. 우리도 언젠가 낙엽이 되리라.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 나무 잎이 저버린 숲으로 가자. 
이끼며 돌이며 오솔길을 덮은 낙엽...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 빛깔은 상냥하고, 모습은 쓸쓸해 
덧없이  낙엽은 버려져 땅 위에 딩군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저녁 나절 낙엽의 모습은 쓸쓸해
바람에 불릴 때, 낙엽은 속삭이듯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서로 몸을 의지하리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서로 몸을 의지하리 
이미 밤은 깊고 바람이 몸에 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Remy de Gourmont(1858~1915)


Les feuilles mortes
Remy de Gourmont

Simone, allons au bois : les feuilles sont tombees ;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eles epaves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l'air si dolent a l'heure du crepuscule,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Quand le pied les e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ames,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Viens :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Viens : deja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1892년에 간행된 레미 드 구르몽의 시집 <<시몬 La Simone>>에 수록된 이 시는 그가 34세 때에 출판한 것으로 작가 특유의 독특한 감각과 상상으로 부조된 '시몬'이란 여성에 대한 깊고 강렬한 애정이 담긴 작품들 가운데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한 편이다.

시의 형식은 내재율을 지닌 자유시로서, 지성과 관능이 미묘하게 융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낭만적 서정시이며 가을 낙엽을 시의 제재로 삼아 인생에 대한 단상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시의 첫구절에서 청유(請誘)형 어미를 활용해 상징적인 여성인 '시몬'에게 가을숲으로 가자고 권유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라는 표현을 후렴구처럼 반복 사용함으로써 시에 전체적인 통일성과 음악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묘한 매력을 더해주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반복기법은 '시몬'이라는 여성에 대한 작가의 간절한 동경을 더욱 심화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 시는 1889년 문예지 <<메르퀴르 드 프랑스 Mercure de France>>를 창간하여 상징주의를 옹호하는 비평과 미학이론을 발표해 뛰어난 업적을 남긴 구르몽의 대표적인 상징시로 오늘날에도 널리 애송되고 있다.

출처 : 행복한 세상
글쓴이 : 장영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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