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엘 갔다
울엄마 엄청 열 받아서 난리다
뭔일인가?? 들어보니...
전날 막내올케 한테서 오밤중에 전화가 왔더란다
막내오빠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술한잔 걸치고 잠이 들었는데
깜빡하고 무의식중에 그만 현관문 걸쇠를 걸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밖에서 열쇠가 있음 머하나....
막내올케가 늦으막히 퇴근을 해서 집엘 들어오려고
아무리 초인종을 누르고 두드리고 전화를 해대도
일에 지쳐 피곤한데다 술한잔 먹고 골아떨어진 사람이
알아듣고 일어날리는 만무한데...
아니 그럼 혼자서나 열받지
왜 한밤중에 잠자는 시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서
곤히 주무시는 분들을 홀라당~ 깨워 함께 걱정을 하게 만드는건 뭔지...?
요상시럽게도 그 내외들은 아무리 작은 부부싸움을 해도
꼭 시부모한티 미주알 고주알 일러바쳐서 걱정을 하게 한다
그러잖어도 연세가 드시니 무슨 일이든지 알기만 하시믄
아예 사서 걱정을 하는 바람에 울 형제들은
가급적이면 걱정할일을 말씀드리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두분은 밤새 홀라당~ 새우며 걱정을 하셨다는데...
밤새 고단한 몸 집에서 쉬지 못하는 막내며느리를 걱정하며
시골집이 가까우니 차라리 택시를 타고 오라고 말해주려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어야 말이지...
(올케말로는 시골집에 전화를 걸고 잠시후에 밧데리가 나가버렸다네요...)
우엣건 밤새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걱정...;;
엄마는 아예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집으로, 핸펀으로,
아무리 전화를 해대니 받어야 말이지...
딥따 열받은 울엄니 왈~
엄마 : (전화통에다 대고..)에구~ 이뇬아~ 시끄러워~
너한티 즌화 한거 아녀~~~ 울 메누리한티 했제~~~
(밧데리가 나갔으니 올케가 전화를 받을리 없고
계속 수화기를 들고있으니 안내멘트가 나오는데
엄마는 그 안내멘트와 씨름하고 있는 중..^^;;)
그때 옆에서 함께 잠도 못 주무시고 함께 걱정하던 아부지 왈~
아버지: 아~ 뭐여~~~~? 응?? 뭐냐고~ 왜그려??? 뉘기여???
엄마 : 아 시끄러워요~ 몰러두 되니께 정신 삭갈리게(헷갈리게)
말시키지 말구 좀 가만있으요~
(꾹꾹꾹;;;계속 전화 거는중...;;)참내~ 너 아니란 말여~~투덜투덜;;;
아버지 : 아~ 뭐여~~~~ 왜 메누리한티 뭐라고 혀??
엄마 : 아따~ 내가 언제 며느리한티 머라고 했쓰요~
즌화가 안되니께 하도 열 받아서 이 즌화 속에서 떠드는 여편네한티 나 혼잣말로 그란거쥐...
아버지 : 잉??? 그기 뉘기여?? 응?? 뉘기냐구우~~~
엄마 : 아~ 뉘긴지 알믄 우짤끼요~ 가만 기쇼!!
아버지 : 아~~~니... 메누리는 머하구 누가 넘의 메누리 즌화를 대신 받어가꼬
오밤중에 늙은이들을 놀리구 난리여~~~~ 그걸 냅둬?? 혼구녕을 내주지~?
엄마 : (불같은 성미에 며느리 전화는 불통이지 아버지하고 말은 안 통하지...
넘 답답해 돌아가실 지경..;;) 아~ 시끄요~~!!
거 좀 알지도 몬하믄 가만이나 있으쇼~~ 내참~~!!!
(울 엄마는 울 아부지 보담은 좀 신세대(?)거덩욤~ 히히^^)
아버지 :(버럭!!!) 아~ 모르긴 뭘 몰러~~~
그 버르장머리 없는 여편네를 혼구녕 내주고 메누리 바꿔 달라고 혀~~
그럼 메누리 바꿔 줄꺼 아녀~~~우째 말도 몬하구 그랴??
엄마 : 아~ 누군디 바꿔 달라구 하요~~~내참~ 안내양이요 안내양~!
아버지 : 아~ 안내양이고 뭐고 뉘긴데 넘의 즌화통에다가 떠드느냐구 야단을 쳐 야단을!!!!
누가 답답한지 몰긋네 원~ 아~ 나한티는 말도 잘하드만
워째 그 사람한티는 뭐시가 무서워서 말도 몬하능겨??
엄마 : (폭발직전!!) 아~씨~ 거 좀 모르믄 가민있으랑께~
이건 시방 사람이 아니구 녹음한겨~~~
아부지 : 머여??? 사람이 아니믄 구신이여??시방 구신이랑 얘기하능겨??
엄마 : (진짜로 울그락 불그락~)내가 미쵸!! 내가 미쵸!!
아부지 : 아~ 미치긴 왜 미쳐!!! 말도 제대로 몬하구 지가 바부믄서~~~ 힝~ -,-..
그날 엄마는 아부지 땜에 머리꼭지까지 돌 뻔 했단다
움하하하하핫 ^*^
글구 나중에야 올케가 겨우 들어가 전화를 받아서 사건은 그렇게 끝났는데...
넘 답답했던 가심을 딸들을 보자 마구마구 응석 반, 화풀이 반,
쏱아내놓고 계신 거였다
(에구~ 딱하지...얼마나 답답했을꼬 ㅋㅋ^^)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열받은 엄마...
( 옆에 계신 아버지를 향해 밉지않게 눈을 흘기며
주먹을 쥐고 흔들어 보이며 딸들 빽을 믿고 은근슬쩍~)
엄마 : 아~글쎄~ 즌화기 안에 녹음기를 틀어놨는디 거기다 머라고 하란말여~
거기다 말하믄 메누리를 바꿔주능겨 머하능겨? 먼 소용있감??
지가 몬 알아 묵으믄서 나보구 바보래~ 우씨~ 붕신~ 히히^^
애교섞은 엄마의 은근슬쩍~ 화풀이 반격에
울 아부지도 그런 엄마가 구엽다는 듯..! 그저 우리와 함께 재밋게 껄껄 웃고 계셨다^^...
크~흐흐흣^^
동생과 나는 얼마나 웃었던지 그날 허리가 많이 가늘어 졌다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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