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있어서 고독은 가장 큰 병이다. 고독을 수용하지 못한다. 고독을 즐기지 못한다. 사람이 암에 걸리면 온갖 비방을 다 동원하게 된다. 그런데 고독에 걸려 들면 스스로 포기한다. 자살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가장 쉬운 처방이다.
칼럼을 잘 쓰는 조용헌 선생은 언젠가 모 신문 칼럼에서 이런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세상과 떨어져서 혼자 있어도 외롭거나 두렵지 않은 의식 상태를 ‘독존의식’(獨存意識)이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사람이 공부가 되었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독존의식 상태에 들어갔느냐, 아니면 못 들어갔느냐이다. 독존의식의 경지에 들어간 사람은 세상에 대한 그리움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었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은 공부가 된 사람이다' 재밌는 말씀이다.
최근 타사 튜더의 참으로 아름다운 책을 보다가 고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다.
살다 보면 맘에 없는 말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라 마뜩찮은 짓을 하는데도 고맙다고 하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해야 한다. 혼자 있으면 완전히 내 모습으로 지낼 수가 있다. 마음에 담아둔 말을 고양이에게 죄다 할 수도 있고,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염소들에게 분통을 터뜨리면 된다. 그래도 아무도 안 듣는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를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오염에 물들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마다 별이 한 번만 뜬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생각이 나는지. 세상은 얼마나 근사한가!
공부는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제대로 된 눈을 얻는 것이다.
눈을 뜨고 보면, 태양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이 바로 보인다.
한 번 보면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그것이.
출처 : 타샤 튜더,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월북, 2006.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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