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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하는 이여!/배미애

잔잔한 시냇가 2007. 7. 30. 19:25

      사랑하는 이여 / 배미애 사랑하는 이여! 쪽빛 웃음 쪼개는 구름빛 그 너머 사색으로 깊어가던 하늘 사슴목 헐고 개울물에 내리면 아이들의 귓속말 풀끝처럼 간지러울 적 손톱 깨물며 뽀얗게 살오르던 송사리떼 저녁 연기 오르던 숲에 말 걸던 노을빛 건너 어디론가 사라지면 한가로히 떠돌던 백조 한마리 이끼 탑위에 쌓이다 쓰러지는 산빛 주워담는 그 산골에 이름없는 여자로 살고싶습니다 밤이면 여우 우는 소리에 잊혀진 친구 생각으로 고무신 코 끝에 쌓이는 보고픔에 눈시울 젖다 삽살개 꼬리에 흙집 수채 짓는 꿈에 온 밤 지새다 장둑에 하얗게 오른 분꽃 소망 갈대 바람으로 막으며 그 산골에 이름없는 여자로 살고 싶습니다 그 여름 다 가도록 전하지 못한 고단한 사랑 슬픈 단풍으로 여물기 전에 바람의 젖무덤 만지며 옥수수 노랗게 익어가는 그 산골에 이름없는 여자로 살고 싶습니다 가을 문턱에 턱괴고 그리움에 서걱거리던 흐린 초록 푸른 대숲 올라 작은 눈물로 깊어갈즈음 연한 반딧불에 목청 놓고 열리는 하늘빛 사이 늘 마주해서 기쁠 사람과 작은 터밭 가꾸며 대여섯살 정도의 미숙한 행복에 빠져 산다고 누군가가 손가락질 하여도 그 산골에 이름없는 여자로 살고 싶습니다 백합향기 그윽히 머무는 이곳 저곳에 나를 더 높고 더 깊게 하는 사랑하는 이여! 2007.7.30.
출처 : 그 하얀 바람 끝에 스미는 시의 향기,,
글쓴이 : hayanwi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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