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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용 (Useless, 無用) -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영화

잔잔한 시냇가 2008. 6. 3. 17:54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영화
무용 (Useless, 無用, 2007)

 

이상용(영화평론가)

 

다큐멘터리영화이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감독이 바라보는 세계와 중국의 현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무용>의 한자 제목은 ‘無用’이다. 옷의 브랜드 명인 영화의 제목은 옷을 따라 세 가지 단락을 펼쳐 보인다. 첫 번째는 광저우의 의류 공장이다. 사람들은 재봉틀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묵묵히 일을 한다. 두 번째 단락은 새로운 브랜드 ‘무용’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마커를 따라간다. 2007년의 파리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면서, 수공업적인 제작 방식과 물질주의에 저항하는 그녀의 의상 철학이 개진된다. <무용>에서 마지막으로 제시되는 곳은 지아장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샨샤 지역이다. 탄광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의 노동을 끝낸 후 더러워진 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

 

 

<무용>은 다큐멘터리 <동>에 이어지는 예술가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동>은 화가인 리우시아오동이 샨샤 지역에서 철거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던 중 노동자 한 사람이 사고로 사망을 하고, 그의 가족과의 만남을 따라간다. <동>의 경우 리우시아오동이 일종의 캐릭터가 되어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무용>의 마커는 좀 더 현대화된 예술가임에는 분명하지만 에피소드는 두 번째 단락으로 한정되어 있다. <무용>은 옷 안에 담겨 있는 인간, 옷을 둘러싼 인간들의 풍경이 다큐멘터리의 군상을 이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용>은 옷을 파는 도심의 백화점을 빼먹지 않고 다루고 있으며, 옷을 생산하는 화남 공장단지의 살풍경을 스케치한다.

 

 

세 가지 단락을 따라 옷을 둘러싼 다양한 풍경을 그려내는 <무용>은 현대 중국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다양한 면모들을 짚어낸다. 옷을 만드는 광저우 지역의 공장에서 시작된 영화는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의 브랜드 간판이 걸린 백화점의 외부와 내부를 스쳐서, 광부들이 찌든 옷을 벗고 몸을 씻는 탄광촌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따라 옷은 생산되고, 소비되고, 벗겨진다. 여기에 중국이 있다. 옷을 둘러싼 태도와 변화는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변화를 드러내면서 삶의 정물화를 이룬다. 백화점에서 열린 루이비통 모임에서는 프라다의 철학과 라코스테의 색감을 논하고 있지만 샨샤 지역의 광부들은 하루의 노동으로 더러워진 옷을 벗고 몸을 씻어낸다.

 

<무용>에서는 어떤 해답이나 비판이 아니라 세계의 윤곽을 그려내는 지아장커의 일관된 태도가 느껴진다. 다큐멘터리영화이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감독이 바라보는 세계와 중국의 현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는 여전히 나지막하게 삶을 응시하고 있다.

출처 : 맑은영혼을 위하여
글쓴이 : 김승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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